눈을 다 감고도 갈 수 있겠느냐고 비탈길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두 발이 없어도 아니, 길이 없어도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 김현태, 첫사랑 13월의 첫눈 시계태엽 로망스 (아주 약간의 트리거 워닝을 포함하고 있습니다.) 믿어요? 첫눈에 반한다는 말. 종현은 어쩌면 그런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. 작년이면 많이 어렸을 때인데 그런 생각을...
그날이란 민현의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남아있다. 아마 겨울과 봄, 그 사이였을 것이다. 유난히도 추웠던 올해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고 이어지고 있는 봄. 봄이라고 하기엔 겨울이 자리 잡힌 그 장면의 날씨, 그런 날씨에 가장 먼저 흩날릴 준비를 하려는 매화의 붉은 멍울이 도드라지는 날이었다. 아련하고 황홀했다. 자신의 코트자락을 쥔 창백하고 가...
마른 꽃잎을 울리는 비 6 어렸을 때는 기적을 믿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학부 때 나의 별명은 기적이었다. 아마 그 날에 비가 내리지만 않았더라도 내가 기적이라고 불리는 일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. 시작은 순수한 마음이었다.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건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 게 다였다. 그렇게 공부를 하고 성적표를 받아 오면 궂은 일을 하고 돌아온 엄마는...
행운의 순환 법칙 W. 시계태엽 로망스 사실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꼭 이런 말로 시작해야만 할 것 같은 사건이었다. 이 둘이 만난 건 그 둘의 인생에 있어서 사건이라고 표현해야 할 엄청난 일이었다. 민기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만나고 있다. 자세히 말하자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많은 연애를 했었고 직업의 특성상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....
(11월 월간 렌른 참여작입니다.) 구근식물의 반복적 생 제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웠어요. 당신을 사랑하니까 저의 모든 것을 드릴게요.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. 비록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더라도 전 당신을 사랑합니다. 당신을 믿으며 기다립니다.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잡기에 능하긴 했지만 거짓말에는 정말 소질이 없었다. 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굳었고 얼...
마른 꽃잎을 울리는 비 “ 저는 이제 곧 수술 들어가서요. “ 동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민기에게 말했다. 그 어색한 미소와 눈빛에는 일종의 오묘한 미안함 그리고 격려 등 많은 감정들이 뒤엉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. “ 할 수 있겠어요? 지금 다른 선생님들 다 수술 들어갔어. “ 이 교수는 짐을 싸다가 아주 잠시 맑은 눈에 창백한 얼굴을 하고 동호의 앞에 선 ...
이상하게도 사랑 이야기에는 여름이란 계절이 자주 쓰이는 것 같다. 신기하게도 여름의 사랑 이야기는 거의 다 첫사랑에 관련된 내용인데, 소나기라던가 아이스크림이 줄줄 흐르는 정도의 더운 날씨에 옷이 살에 달라붙는 습도라던가. 하여튼 여름은 첫사랑과 어울리는 계절인가,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. 아니 사실 나는 여름이 돌아올 때마다 생각했다. 이 더운 여름 불쾌...
270 번의 가을이 돌아왔다. 호선을 그리듯 올라간 입꼬리와 각이 지진 않았지만 다부지고 날카로운 턱선을 가진 미남형의 남자가 걸음을 멈췄다. 오늘도 여전히 검은 정장을 격식에 맞게 갖춰 입은 그 남자는 짙어진 가을을 올려다 보았다. 시린 풍경이 JR의 시야에 가득 찼고 그 풍경을 노닐던 바람이 그를 감싸고 돌다가 갈 길을 갔다. 그는 시린 눈을 살짝 감고...
론렌 전력 113 분 멋진 기적을 바라되 결코 그것에 의존하지는 말라는 철학자의 말처럼 나는 기적 따위는 믿지 않겠다고 결심했다. 그때 나는 극심한 열병에 걸려있었다. 내가 정한 인생에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며 있을 거라는 생각 또한 한 적이 없었다. 정말 사람의 인생은 한치 앞도 모르는 안개 속을 걸어다니는 거라던데 그 말만큼 인생을 잘 표현한 ...
마른 꽃잎을 울리는 비 3 흔히들 사람들은 아직 세상은 살만하고 아름답다고들 이야기한다. 옛날부터 느낀 거지만 인생을 피곤하게 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친절하고 자상한 사람들이 이 세상엔 아직 존재한다. 찌르면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흰 가운들 사이에서도 그런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했고 그게 바로 영민 선배라고 민기는 생각했다. “ 왜 아까 선...
마른 꽃잎을 울리는 비 시간이라는 건 무엇에 대한 감각 혹은 감정이 무뎌지게 한다. 민기는 그 사실을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이 되서야 알게 됐다. 민기는 냄새를 좋아하지 않았다. 특히 담배 냄새. 그토록 싫어하던 담배를 지금 태우고 있는 걸 보면 시간이 사람을 참 많이도 바꿔놓기도 한다고 생각했다. 처음 담배를 태운 건 인턴 때 였을 것이다. 서울 도심에 위...
마른 꽃잎을 울리는 비 사실 내 인생은 다르게 본다면 항상 포기한 것의 집합이었다.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다 포기하고 얻은 건 ‘기적’이란 수식어 하나였다. 그러니까 부디 나를 보고 다 가졌다는 말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. 아마 그 날 비가 내리지만 않았어도 내가 기적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. 그 날 비가 내리지만 않았어도. 심심한 이야기를 하나 하겠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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